[기고] 류연승 교수, 국방외교저널에 기고
- 작성일2024.05.06
- 수정일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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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기술안보 시대의 방위산업 안보
경제안보는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 중의 하나이다. 경제안보와 기술안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으로 촉발되었고 지금은 미중 동맹국들의 진영화로 심화되면서 우리 안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우리 방위산업이 지속적으로 도약하려면 경제안보⋅기술안보를 포괄하는 복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본 고에서는 경제안보⋅기술안보의 배경, 정보기관의 첩보전, 방산안보 필요성을 살펴본다.
경제안보⋅기술안보 시대
2017년 미국은 ‘Economy Security is National Security’를 표명하면서 국방 공급망 안정을 위한 경제안보가 국가안보의 핵심임을 명시하였고, 국가안보전략서를 통해 ‘군대의 비상상황 대응 능력은 필요한 부품과 시스템을 생산하는 능력에 달려있다’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반도체 하드웨어 기술 등 미래 국방과학기술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안보 시대가 전개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은 2015년 중국의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로 본격화되었다. ‘중국제조 2025’는 제조업 부문의 초강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반도체, 로봇, 전기차, 바이오 등 10대 핵심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로서 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미국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이 프로젝트를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성장을 저해할 신흥 첨단기술 산업 지배계획으로 규정하고 중국의 첨단기술 품목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었다. 사실 중국의 2025 프로젝트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는 한국이다. 이는 중국의 10대 핵심산업이 한국의 주력산업과 겹쳐 우리의 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세계 시장에서도 중국에 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들이 무너진다면 제조업 기반의 가성비를 장점으로 하는 우리 방위산업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도 앞다퉈 경제안보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2022년 일본은 경제안보법을 제정하였는데 반도체 등 전략물자 공급망 강화, 기간 인프라 산업 안전 확보, 첨단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군사 전용 기술의 특허 비공개 등의 내용이 담겼다. EU는 2023년 유럽 경제안보 전략에 대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공급망 복원력, 중요 인프라의 물리적 및 사이버 보안, 기술 안보 및 유출, 경제 의존성의 무기화 및 통상위협 등의 위험을 해소하고 이익을 증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방위산업 기술 첩보전
기술안보에 대응하여 세계 주요국은 첨단기술의 확보 및 보호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핵심기술은 마음대로 받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고 구걸할 수도 없다. 핵심기술을 자신의 손에 넣어야만 국가경제와 국방 안전, 국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정보기관들은 자국의 경제안보와 기술안보의 일환으로 방산업체의 공급망 보호 및 기술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미국 정보기관의 첩보전 사례를 통해 방위산업 기술을 보호하는 국가적 대응을 살펴본다.
2021년 10월 미국 해군의 핵 기술자 부부가 핵잠수함 기술을 외국에 몰래 판매하려다 적발되었다. 해군 '핵 추진 프로그램'에서 일하던 기술자 조나단 토비와 그의 아내가 핵잠수함 설계 데이터를 땅콩버터에 숨겨서 외국에 팔려고 시도하다 FBI의 방첩 공작에 적발되어 체포되었다. 당시 FBI는 이들이 외국 정부에 해당 기술을 팔려는 첩보를 입수하고 외국 요원으로 위장하여 수차례 가상화폐를 전달하며 접근, 기밀자료를 입수한 후 체포하였다.
미국 FBI는 이중스파이 공작을 통해 미국내 스파이를 조종하던 중국 정보기관의 공작관을 제3국으로 유인하여 현지 경찰을 통해 체포하기도 했다. 2017년 미국 항공기엔진 제작사인 GE에이비에이션의 기술자 중국계 미국인 데이빗 정은 중국의 정보기관에 의해 스파이로 포섭된다. 데이빗은 난징항공우주대학(NUAA)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면서 민감한 기술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첩보를 입수하게 된 FBI는 데이빗을 찾아와 자신들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데이빗은 결국 FBI의 이중스파이로 협력하면서 중국과 접촉하였다. 데이빗은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의 공작관 쉬옌쥔에게 기술자료를 준다고 하면서 벨기에 브뤼셀로 유인했고, 약속장소에서 쉬옌쥔은 벨기에 경찰에 체포된다. 쉬옌쥔은 미국으로 추방됐고 2022년 미국 법정에서 20년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이 사건은 중국 본토의 정보기관 요원이 미국으로 압송되어 사법 처리된 최초의 사례이며, 비밀로 취급되는 정보기관의 방첩 공작까지 상세하게 언론에 공개된 사례이다. 정보기관이 은밀한 공작 내용을 언론에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중국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한편 중국 스파이의 위험성을 세계 각국에 절실하게 알리기 위함이다.
글로벌 방산 강국 달성을 위한 방산안보
방산수출이 급증하면서 방위산업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넘쳐난다. 정부는 2027년까지 국방과학기술 7대 강국, 글로벌 4대 방산수출 국가 진입을 목표로 세우기도 하였다. 그러나, 글로벌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존 방산 강국 뿐만 아니라 후발국과도 경쟁이 불가피하고 경쟁국들의 견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본은 함정, 레이다, 헬기 등 분야에서 한국의 수출 거점인 동남아, 중동시장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영국 BAE, 미국 록히드마틴은 아시아 총괄 기능을 일본으로 이전하고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수출품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튀르키예는 2019년 세계 100대 방산기업에 7개 기업이 올랐으며 23년도 수출목표는 60억 달러에 이른다. 튀르키예도 기술력과 가격을 바탕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또한, 국내 방위산업 기밀이나 기술을 입수하기 위한 해외의 정보활동 증가 등 다양한 위협이 발생할 것이다. 방산업체 대상의 사이버 해킹으로 방산기밀 탈취는 지속 발생하고 있으며, 무기체계의 수출 시 기밀 유출, 방산업체 해외지사 및 공장에서의 기밀 유출, 외국인 위장기업을 통한 기술 탈취 등이 예상된다. 또한, 국내 방위산업을 방해하기 위한 위협이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면, 경쟁국에서 우리 방산 부품이나 소재에 대한 해외 공급망 교란, 경쟁국에서 방위산업의 수출을 방해하는 공작활동 등 방위산업에 대한 새로운 침해가 예상된다. 이러한 침해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여 해소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4대 방산수출 국가의 목표 달성은 힘들어진다.
방산수출이 173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던 2022년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필자는 석박사과정으로 방산안보학과를 설립하고 인재양성과 학술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방산안보학은 이론 정립이 필요한 아직은 낯선 신생 학문이다. 필자는 방산안보를 국가안보를 위해 방위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내외 위협과 침해로부터 방위산업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방산안보는 방위산업의 발전과 방위산업의 보호의 두 가지 목표를 갖는다. 이 두 목표는 궁극적으로 방위산업을 통한 국가안보를 달성하는 목표를 지향한다. 경제안보⋅기술안보 전략을 포괄하는 한국형 방산안보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목표하는 국방과학기술 강국, 방산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또한, 국방외교 현장에서 활약 중인 무관들의 방산안보 전문성 함양과 역할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