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보라매 대신 Kaan"··· KF-21, 분담금·기술유출 우려 커졌다
- 작성일2025.04.24
- 수정일2025.04.24
- 작성자 관*자
- 조회수26
"보라매 대신 Kaan"··· KF-21, 분담금·기술유출 우려 커졌다
[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 사업에 공동 참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최근 튀르키예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Kaan, 이전 명칭 TF-X)에 새로 합류하기로 하면서, KF-21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당초 KF-21 사업 개발비의 일부를 분담하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약속한 금액을 온전히 이행하지 못한 상황이다.
23일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KF-21 개발비 총액의 약 20%에 해당하는 1조70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약 30% 수준밖에 납부하지 않았다. 2020년 이후 분담금 납부가 수차례 연기됐고, 남은 금액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급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최근 튀르키예와의 합작 선언은 이런 미납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KF-21 사업의 신뢰성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최근 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TAI)과 협약을 맺고 5세대 스텔스 전투기 ‘Kaan’ 개발에 참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비 일부를 부담하고, 최종적으로 자국형 파생 모델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측은 "첨단 항공 기술 확보와 독자 방산 역량 강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한국과의 KF-21 공동개발 약속 이행 여부에 대한 의문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술협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재정적, 정치적, 전략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 튀르키예 파격 조건에 등 돌린 인도네시아 = KF-21 개발 초기부터 우리 정부와 보폭을 맞춰왔던 인도네시아가 급작스럽게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복합적인 상황이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선,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국방 예산 집행에도 제약이 생긴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루피아화 약세와 물가 상승, 천연자원 수출 부진 등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각종 대형 프로젝트를 재조정하고 있다. KF-21 사업 분담금도 이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치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2024년 2월 대선을 거쳐 프라보워 수비안토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인도네시아는 보다 독자적인 국방·외교 노선을 강화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전략적 다변화’를 강조해왔으며,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중국뿐 아니라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 확대를 적극 추진해왔다. 튀르키예는 인도네시아에 있어 같은 무슬림 국가이자 군사기술 협력 경험이 풍부한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 협력 측면에서 튀르키예가 매력적인 제안을 내놓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방산업계 한 전문가는 "튀르키예는 개발 과정에서 적극적인 기술 이전과 공동 생산 권한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KF-21 대비 파격적이고, 유연한 조건이 인도네시아에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KF-21은 엔진 등 핵심 부품에서 미국 기술 의존도가 높은 반면, 튀르키예 Kaan은 보다 자국 독자 기술 비중을 키우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 홀로서기 준비해야 하는 KF-21, 신규 파트너 찾나 =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가 튀르키예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의 파트너로 참여한 것은 보라매(KF-21) 사업에 여러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당장 인도네시아가 납부하지 않은 분담금과 남은 개발비 부담이 전적으로 한국 측에 넘어올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분담금을 바탕으로 설계된 예산 구조가 흔들릴 경우, 추가 정부 예산 투입이나 KAI의 자체 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수 있다.
또한 향후 KF-21 수출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KF-21의 첫 해외 파트너 국가로서 '공동개발국' 지위를 가졌기 때문에, 수출 마케팅에서 상징적 의미가 컸다. 하지만 공동개발국이 사업에서 이탈하거나 분담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KF-21 신뢰성에 부정적 인식을 줄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인도네시아는 개발 과정에서 일부 기술과 데이터를 공유받았는데, 만약 이 정보가 다른 국가 사업에 간접적으로 활용된다면 법적·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방위사업청은 "현재까지 공유된 기술과 자료는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아직까지 우리 정부에 보라매 사업 파트너 지위를 반납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당초 계약대로라면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가 개발 분담금을 완납할 경우 시제기 6대 중 1대를 인도네시아에 제공할 예정이였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튀르키예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 참여를 선언하면서 제공된 시제기가 통째로 튀크키예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인도네시아와의 협의를 통해 분담금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이탈을 공식화할 경우, KF-21 사업을 독자 추진 체제로 전환하고,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방침이다. KAI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UAE 등과의 수출 협상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기술 이전 및 현지 생산 조건까지 협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 한 항공 방산 전문가는 "공동개발국 없이도 독자 개발을 완주하면, 한국 방산의 신뢰성과 자주성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다"며 "다만 추가 재정 지원, 수출 전략 재정비 등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출처 : 서울파이낸스(http://www.seoulfn.com)
- 첨부파일
-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