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김혜정 명예교수, 대통령 표창 받아

  • 작성일2020.10.28
  • 수정일2020.10.28
  • 작성자 김*현
  • 조회수649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김혜정 명예교수, 대통령 표창 받아 첨부 이미지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김혜정 명예교수가 제16회 건축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건축의 날(925)은 경복궁의 창건일(1395925)을 기념해 2005년에 제정됐으며, 우리 건축 문화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미래 건축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건축인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취지로 제정됐다. 대통령 표창은 건축 산업 및 건축 문화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수여되며, 김혜정 명예교수는 그간 건축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 및 여성건설인들의 권익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을 받게 되었다. 김혜정 명예교수는 여러 건축위원회 위원을 역임함과 동시에 명지대학교 건축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건축인을 양성했으며, CAUS(Center for Achitecture and Urban Stories) 연구소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여성 최초로 건축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은 김혜정 명예교수를 만나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1.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대통령 표창을 받으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젊은 나이가 아니기에, 조금은 덤덤합니다. 다만 건축의 날이 올해로 16회째인데, 여성이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어느 분께서 축화 전화를 주시며 여성으로서는 최초 아니냐고 말씀을 해 주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되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에 대해 또 다른 각오를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뜻깊습니다.

 

2. 교수님께서는 건축문화와 건축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이번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되었는데요. 그동안 교수님께서 걸어오신 발자취가 궁금합니다.

건축의 날은 우리나라 건축계의 굵직한 3개의 단체, 대한건축학회와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저는 대한건축학회에서 추천하여 이번 표창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간 건축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와 한국여성건설인협회 초대회장 자리에서 여성 건설인들의 권익증진에 기여한 공적으로 표창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느 한 분야의 연구 업적보다는 그동안 사회 활동 전반에 걸친 업적의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을 받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교수로 건축 산업 발전에 기여한 점은 아무래도 제 주요 연구 분야인 사용자 참여디자인과, 이를 건축 실무에 적용한 점이라 봅니다. 초기에는 우리나라 차세대 주거문화 연구를 통해 성냥갑 같은 열악한 공동주택단지에 사용자 요구를 반영하고, 단지 내 공용시설과 단위세대의 새로운 평면개발 등을 통해 공동주택의 질적 개선에 집중하였습니다. 이후 주거환경은 개선되고 있는데 아동들과 청소년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육 시설들이 변하지 않는 점이 안타까워, 교육 시설 개선에 집중하여 새로운 학교 모델을 개발하는 것에 힘썼습니다. 이때 설계한 서울시 세현고등학교, 수명고등학교가 교육부 최우수시설학교로 선정되어 새로운 교과과정에 대응하는 새로운 모델의 학교로 교육 시설의 변화를 선도했습니다. 그리고 90년도 말부터 세계화에 대응하여 건축교육의 선진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건축설계교육의 국제화를 위해 전국대학의 설계교수들의 모임인 한국건축설계교수회(현 한국건축설계학회)에서 건축설계교육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며 4대 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그리고 15년 전 우리나라 건설 분야의 여성 활동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건설 분야 전문직으로 활동하기 쉽지 않은 시절에 한국여성건설인협회를 발족하였습니다. 여성들이 재능을 발휘하면서도 사회활동을 지속하고,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마련했습니다. 당시에 우리나라 처음으로 여성건설인들의 활동상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선진 국가들의 여성건설전문인 활동 및 사회에서의 배려에 대한 조사 등을 연구하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후 우리나라 도시 공간 개선에 여성들의 요구와 시각이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저의 교수생활과 사회활동이 두루 작용하여 표창을 받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3. 건축 분야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계시면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쓰셨는데요. 연구와 교육에 있어 교수님만의 가치관 혹은 연구철학, 교육철학이 궁금합니다.

제 연구철학은 건축은 응용학문이다. 모든 연구는 실무에 적용 가능해야 한다입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는 사람들이, 즉 사용자들이 살아가는 건축공간의 문제점을 질문하고 개선할 수 있는 답을 찾아가는 연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건축가와 실무에만 전념하는 실무건축가의 설계는 달라야 한다고 항상 생각해왔습니다. 교수건축가가 해야 하는 작업은 사무실 운영을 걱정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설계가 아니라,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축과 도시환경을 분석하고, 선도적으로 개선하며,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지점을 늘 강조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이미 제시된 답을 따라 흉내 내는 설계가 아니라, 문제를 스스로 찾아서 정리하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답을 모색해서 건축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강조하며 교육을 했습니다. 좋은 질문은 좋은 해답과 결과를 도출한다고 늘 강조했죠. 시각으로 표현하기 전에 스스로 질문하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토론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가르쳐 왔습니다.

또한 건축은 형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게 아닌,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만큼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용자들의 요구를 파악하는 방법과 사회 변화를 앞서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교육해 왔습니다.

 

4. 연구를 수행하시고 후학을 양성하시면서 많은 추억이 생기셨을 듯한데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지나고 보니 잊지 못할 추억은 소소한 일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제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수업 시간에 생일 케이크와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준 깜짝파티를 해 준 적이 있습니다. 케이크와 함께 한 명씩 그림과 글을 모아 만든 A1 크기의 켄트지 카드를 건네받은 일들이 정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더불어 기억에 남아있는 일은, 평소 건축설계에 자신이 없었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어느 저녁에 설계실을 찾았을 때 그 학생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혼자 설계실 제도판 앞에 앉아 자신이 설계하고 만든 모형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흡족해하면서 해맑게 웃고 있었던 그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교수로서 학생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학생은 졸업 후 건설회사에 취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잊을 수 없는 일은 졸업한 지 10년 정도 지난 학생이 제게 전화를 걸어온 일입니다. 사무실 특강을 듣는 중이었는데, 교수님께 불쑥 전화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하는 얘기가 사무실에서 직원교육으로 외부인을 모시고 최첨단 이론을 특강하고 있는데, 특강 내용이 교수님 수업에서 저학년 때 배운 이론이어서 깜짝 놀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을 들었던 그 당시에는 몰랐으나 타 대학에서는 배우지 못한 앞선 이론들을 가르쳐주시고, 배우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전화를 졸업생으로부터 받았을 때 기쁘고 보람을 느꼈던 일이 기억에 남는 추억 중 하나입니다.

 

5. 꿈을 펼치고자 불철주야 학업에 몰두하고 있는 명지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과 격려 말씀 부탁드립니다.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 뿐 아니라 우리 명지대학교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대학에서 자신들을 스스로 키워나가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수동적인 교육이며, 부모와의 친밀도가 다른 선진 국가에 비해 매우 높은 편입니다. 그렇기에 자칫 일생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굳어질 수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전문인으로 교육받으면서부터는 자발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능동적으로 방법을 모색했으면 좋겠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자신이 속한 그룹 내에서 정체성과 특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쌓여 성취한 결과는 오늘과 내일의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삶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척정신을 항상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가 도는 한 사회는 변화합니다. 안정된 사회는 결코 없습니다. 특히 현대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변화를 수동적으로 맞이하는 것 보다, 개척정신을 가지고 변화를 주도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저마다 다른 전공 분야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찾아 탐구하고 실현하는 정신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것은 시간 관리입니다. 모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가 기본입니다. 사람들의 능력은 모두 비슷합니다. 기적과 행운은 없습니다. 인생은 자신의 선택과 노력의 결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느냐에 있습니다. 지금 제 삶에서 돌이켜보았을 때, 20대와 30대의 하루하루는 그 어느 시기보다도 정말 소중한 시간입니다. 인생의 뿌리를 튼튼히 내리는 시기입니다. 하루의 소중함을 깨닫고 매일 전공 분야에서 튼튼히 뿌리를 내려 나간다는 마음으로 학업에 매진한다면, 웬만한 회오리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거목으로 자라게 될 것입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시기가 중요한 것처럼 20, 30대의 시간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대학의 강의를 나의 뿌리를 잘 내리기 위한 수분공급과 영양분이라 생각하며 대학 생활을 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3, 5, 10년 후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매일의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무가 자라듯, 꾸준히 시간을 써야 사람도 성장합니다.

시간 다음은 머무는 장소의 선택이라 봅니다. 장소의 선택은 누구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느냐는 뜻이고, 공간의 공유는 가치관의 공유입니다. 이 시간과 이 공간에 내가 왜 머물러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항상 질문하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머무는 장소가 그 사람이며, 행하는 모습이 바로 자신의 존재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가장 탁월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자기 자신이며, 이러한 시간들이 쌓여 개개인의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언젠가 오리라 예측한 시기가 좀 더 당겨졌습니다. 조직에서 하나의 부품으로 안이하게 생활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무한의 온라인 공간 속에서 개개인의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하면서도 능력이 투명하게 부각되는 시대가 앞당겨졌습니다. 다가오는 시대를 준비하며, 명지대학교 학생들이 전공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잘 찾아 개발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대학 생활을 해 나가길 바랍니다. 명지대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토대가 되어 반드시 꿈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6.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20대부터 준비하고 꿈꾸어 왔던 일을 한 단계 마무리한 시점이 지금이라 생각합니다. 퇴임 후, 2의 인생은 이전보다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일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고, 건축을 중심으로 저를 성장시켜 온 지식들을 좀 더 편안하면서도 알기 쉽게 정리하여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CAUS(Center for Achitecture and Urban Stories)라는 명칭을 가진 연구소를 지속할 계획이며 건축의 역사와 더불어 현재, 미래 건축도시 이야기를 제 이야기로 기록하고 세상과 나누는 일을 허락할 때까지 지속할 계획입니다.

건축에 대해 이전과 같은 물음을 갖고 있더라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이 깊어지거나 새로운 관심 분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우선 근본적으로 건축을 다시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철학을 바탕으로, 철학과 건축을 쉽게 엮어 일반인들이 건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저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고 나면, 우리나라 근현대 건축과 도시에 대해서 저의 시각과 경험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그 이후에는 제가 사는 동네의 건축을 중심으로 소소한 일상 공간에 대해 정리할 계획입니다. 아마도 이때는 고령친화적인 도시환경이 연구주제가 될 것 같고,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사회의 건축적인 문제들을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나가고 싶습니다. 학교 재직 중에는 약 5년에 한 권씩 저서를 냈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자유로워 좀 더 책을 자주 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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